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김가희 사회복지사(광주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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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나는 학창시절부터 각종 봉사와 사회복지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기관, 의료기관의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작’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귀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2011년 9월 한국장기기증원(현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로 입사하게 되어 지금까지 내가 접해봤던 경험들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뜻을 남기고 가시는 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일들을 시작하게된 것이다.
사후관리를 담당해야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후관리’라는 단어에 적응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뇌사 장기기증의 상황이 왔을 때의 가족들을 상상해보니 해결책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어 장기구득간호사를 통해 뇌사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기증동의를 하고, 동의 후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며 상상해 본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가족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기증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기증자의 의학적 관리는 의료진에게 맡기더라도 가족들은 기증자의 장례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장례는 어디서 치루는 게 좋을지, 또한 장례 이후 화장을 할지 매장을 할지, 그리고 장례비용은 어느 정도 될지 등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각 지역에 있는 장례식장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화장장 위치와 이용료, 감면 혜택 등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웹상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실제 정보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어 직접 화장장에 전화하여 이용료와 감면 부분을 확인하였으며, 직접 방문을 통해 기증자 가족들의 입장이 되어 자료조사를 하였다. 이렇게 자료수집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나에게는 첫 번째 경험인 뇌사관리에 함께 참여하면서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가족들에게 안내를 해주며 장례절차를 진행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가족들의 슬픔을 온전히 대신해 줄 순 없었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 같았고 그 감정은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 내내 생각날 것 같았다.
이후 기증자의 삼우제가 끝나고 감사연락을 드리려고 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되었다. 유가족이 기증을 후회하면 어쩌나...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표현을 하면 어쩌나...내가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전화를 드렸는데 오히려 유가족은 내게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이후 기증원에서 하는 행사에도 미리 연락주면 참석하겠다고 호의적으로 대해주셨다.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하던지 사회복지사로서 사후관리를 한 첫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뿌듯함에 일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첫 사례를 잘 접해서인지 나도 이제는 기증자 가족들을 만날 때 자신감도 생기고 좀 더 적극적이 되었다.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메모해보고, 가족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모르는 것은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후에도 장례절차와 감사연락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 결과 사망 후속절차에 대해서도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면 가끔은 이후의 절차들에 대해서도 안내 해주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바쁜 업무 속에 사망신고 이외의 절차들은 안내를 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유가족에게는 사망 후속절차에 대한 안내가 꼭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행정안전부의 자료들을 가지고 재편집을 해보았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하나로 묶으니 어느 덧 소책자 개념의 자료집이 되었고, 그 자료집에 조금만 더 수정편집을 하면 정말 요긴한 책 한권이 완성될 것 같았다.
한국장기기증원의 홍보물은 대부분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작, 배포되고 있는데 사회복지사가 담당할 유가족들에게는 이런 가이드북과 같은 책자가 작지만 유용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완성이 되어 기증자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증원 내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기증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 이웃의 문제까지도 해결하고 도움을 드려야 한다. 기증자라는 생각보다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대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증자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을 ‘함께 걷는 것’으로 그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것이다. 기증자 가족들과 늘 함께 걷고 내일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출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뉴스레터.
** 글쓴이 김가희 사회복지사(의료사회복지사,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졸업생)
나는 학창시절부터 각종 봉사와 사회복지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기관, 의료기관의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작’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귀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2011년 9월 한국장기기증원(현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로 입사하게 되어 지금까지 내가 접해봤던 경험들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뜻을 남기고 가시는 분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일들을 시작하게된 것이다.
사후관리를 담당해야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후관리’라는 단어에 적응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뇌사 장기기증의 상황이 왔을 때의 가족들을 상상해보니 해결책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어 장기구득간호사를 통해 뇌사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기증동의를 하고, 동의 후 가족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며 상상해 본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가족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기증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기증자의 의학적 관리는 의료진에게 맡기더라도 가족들은 기증자의 장례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장례는 어디서 치루는 게 좋을지, 또한 장례 이후 화장을 할지 매장을 할지, 그리고 장례비용은 어느 정도 될지 등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각 지역에 있는 장례식장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화장장 위치와 이용료, 감면 혜택 등의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웹상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실제 정보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어 직접 화장장에 전화하여 이용료와 감면 부분을 확인하였으며, 직접 방문을 통해 기증자 가족들의 입장이 되어 자료조사를 하였다. 이렇게 자료수집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나에게는 첫 번째 경험인 뇌사관리에 함께 참여하면서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가족들에게 안내를 해주며 장례절차를 진행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가족들의 슬픔을 온전히 대신해 줄 순 없었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 같았고 그 감정은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동안 내내 생각날 것 같았다.
이후 기증자의 삼우제가 끝나고 감사연락을 드리려고 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되었다. 유가족이 기증을 후회하면 어쩌나...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표현을 하면 어쩌나...내가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전화를 드렸는데 오히려 유가족은 내게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이후 기증원에서 하는 행사에도 미리 연락주면 참석하겠다고 호의적으로 대해주셨다.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하던지 사회복지사로서 사후관리를 한 첫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뿌듯함에 일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첫 사례를 잘 접해서인지 나도 이제는 기증자 가족들을 만날 때 자신감도 생기고 좀 더 적극적이 되었다.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메모해보고, 가족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모르는 것은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후에도 장례절차와 감사연락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 결과 사망 후속절차에 대해서도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면 가끔은 이후의 절차들에 대해서도 안내 해주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바쁜 업무 속에 사망신고 이외의 절차들은 안내를 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유가족에게는 사망 후속절차에 대한 안내가 꼭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행정안전부의 자료들을 가지고 재편집을 해보았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하나로 묶으니 어느 덧 소책자 개념의 자료집이 되었고, 그 자료집에 조금만 더 수정편집을 하면 정말 요긴한 책 한권이 완성될 것 같았다.
한국장기기증원의 홍보물은 대부분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작, 배포되고 있는데 사회복지사가 담당할 유가족들에게는 이런 가이드북과 같은 책자가 작지만 유용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완성이 되어 기증자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증원 내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기증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 이웃의 문제까지도 해결하고 도움을 드려야 한다. 기증자라는 생각보다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대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증자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을 ‘함께 걷는 것’으로 그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것이다. 기증자 가족들과 늘 함께 걷고 내일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출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뉴스레터.
** 글쓴이 김가희 사회복지사(의료사회복지사,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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