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학과/171172/안소현/자꾸자꾸 보고싶어.
페이지 정보

본문
대학에 진학해 아동의 언어발달에 대해 공부했다.
어린이집은 이를 적용해보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만 0세부터 3세까지의 아주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또래에 비해 말이 많이 늦은 쌍둥이 재준이 재은이와, 눈웃음이 예쁜 지우, 발레를 잘 하는 도경이, 무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서진이, 이제 막 돌 지난 은율이와 유빈이, 예쁜 깍쟁이 예빈이, 수아, 나은이, 도하, 한울이, 광현이, 유라, 은채와 내가 미처 이름을 외우지 못한 다른 많은 아이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내가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보려 했다. ‘말이 늦는 이유는 뭘까?’, ‘내가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는 이유는 뭘까?’, ‘약간의 자폐인가?’ 이러한 생각도 잠시, 나는 그 아이들을 도저히 그저 관찰의 대상으로만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하면 활짝 웃으며 와락 안겨 보고 싶었다고, 내 손을 잡고 서로 자기 반으로 끌고 가려던 내 천사들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 전에 방문했던 요양병원이나 유치원에서는 심적으로 노동이 굉장했고 정말 힘들었던 데 비해, 이번에 방문한 기관에서는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꾸자꾸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고, 약속한 봉사 시간이 끝나갈 즈음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활동이 끝나 어린이집 문을 한 발짝 나서는 순간 또 보고 싶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수업을 듣다가도, 버스를 타다가도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났다.
‘아 봉사가기 싫다.’ 하는 생각이 아닌 ‘아 우리 아가들 얼른 보러 가고 싶다.’
이미 나에겐 자원봉사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기억 한 면에 내가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훗날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자주 오던 대학생 누나가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무리한 소망이라는 것도 안다. 내 욕심이다. 나에게 아이들이 남긴 그 강렬한 인상만큼, 아니 딱 그의 반의 반 만이라도 내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고 싶다.
도움을 주러 갔다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온 기분이다. 선생님들께서는 나에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과분했다. 자원봉사라는 것이 서로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나는 이번 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너무 흔하고 식상한 말 같겠지만 나는 이후에 꾸준히 이곳에 방문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간단한 수업을 해 주고, 산책을 다녀와 점심을 먹여 주고, 낮잠을 자는 마치 천사같은 아이들을 지켜보다 아이들이 하나둘 깨면 또 놀이를 하다 하원 준비를 도와주겠지, 꿈만 같다.
자원봉사론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었겠지, 처음에는 ‘무슨 수로 30시간을 채우나, 후회된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좋은 사람들(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이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수업을 들은 것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 나는 아주 좋은 경험을 했고, 좋은 인연을 맺었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 나는 봉사정신을 기반으로 삼아 사랑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될 것이다.
- 이전글언어치료학과/171495/강아림/나의 손길이 닿으면 17.06.08
- 다음글보건의료관리학과/151232/김희원/꼬리를 흔들다. 17.06.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