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관리학과/151256/이현화/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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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함께한 4시간의 시간들이 모여 8주가 지났고, 32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쪽잠을 자고 난 뒤, 부랴부랴 기숙사에서 학교 앞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들은 어느새 봄에서 여름이 되었고, 나의 옷도 점점 가벼워졌었다.
날이 좋지 않아 나가지 못하는 날을 빼면 센터 앞 작은 마당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고 장난도 치면서, 공부를 끝내지 못한 아이들은 얼른 나가 놀고 싶어 연필을 꼭 쥐고는 머리를 싸매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독여주던 시간들이 끝이 났다.
나와 마주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다!’ 라는 눈빛으로 눈을 굴리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매주 수요일은 내가 있었고, 함께한 시간들이 쌓여서 나도 아이들에게도 당연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아이들에게 학습지도를 가면서도 나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솔직함에 그리고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앎에 대해 오히려 매주 아이들에게 수업을 받았다. 기분이 좋고 나쁨이 티가 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평소보다 더 솔직하게 아이들을 사랑해줬다. 다른 봉사자분들이 왔을 때에도 나를 찾고, 선생님과 공부하고 싶다 혹은 선생님과 놀고 싶으니 밖으로 나와 달라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아끄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심 뿌듯했다. 아이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 더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또한, 유독 나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중간에서 대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내 옆에서만 공부하려하고 채점도, 오답 공부도 나와만 하려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어리광을 나는 그저 받아주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봉사를 가는 수요일마다 매번 내가 아니면 공부를 하려 하지 않을 뿐더러 어리광만 부릴 뿐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는데, 그때 함께 봉사하는 선생님께서 너무 받아주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해주셔서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마냥 아이들이 좋아서 다 받아주던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습관을 형성시킬 뻔 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하는 것이 교육지도지만 마냥 공부에 한해서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나를 따르는 만큼 내가 아이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나도 아이들의 인격형성과 습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이 되었고, ‘얘들아, 선생님 오늘이 봉사 마지막 날이야’ 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잠깐 멈칫하더니 아쉬워하며 이제 곧 방학이니까 방학하면 다시 오라며 가지 말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밥을 먹다말고 손을 내밀더니 ‘선생님, 손 꼭 잡아주세요’라고 말하더니 ‘선생님 가지 마세요!’라고 말을 했다. 원장선생님께서 밥 다 먹고 선생님 따라가라고 장난을 치셨는데, 정말 진지한 얼굴로 아이는 밥 다 먹고 따라갈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사실 봉사를 한 첫 날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아마 30시간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시간이 될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작별 인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고 있는 나와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후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를 기억할지, 못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보러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우리는 30시간의 한정적인 시간이 아닌,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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