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관리학과/151256/이현화/선생님으로 불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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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으로 불린다는 것>
어릴 적 내 꿈은 흔하다면 흔한 선생님이었다. 주변에서 많이들 언급하기도 했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이끌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히 대입이라는 큰 벽이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진 근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빠짐없이 나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사범대학교에 가기엔 나의 성적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취업을 목적으로 보건계열로 길을 바꾸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쯤에 ‘재능기부’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고, 막연하게 나도 재능이 있다면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TV 속 재능기부는 연예인들이 하는 꽤나 높은 기준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내가 재능기부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라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
그런 인식 덕분에 자원봉사론을 듣고 어떤 봉사를 할까 생각했을 때, 이왕 하는 거 재능기부를 하면서 나도 즐겁고 상대방도 즐거운 봉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곳이 ‘행복한 지역 아동 센터’이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준다는 것이 매우 뿌듯한 일이고, 스스로 높은 성취감을 보이는 행동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알려줌에 있어서 부끄러움도 없었다.
아동센터라는 곳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도 잡히지 않은 채 수요일, 점심을 급히 먹고 ‘가기 싫다, 귀찮다’라는 식의 말들을 입에 머금고 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작아서 또 한 번 더 당황한 것 같다.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크게 자리 잡았는데, 보통 아동센터는 봉사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환한 미소로 반겨주신 선생님들께선 나의 걱정이 불필요했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듯 했다. 피곤에 쪄들어 봉사를 간 날에도 들어가면 웃음으로 반겨주셔서 도리어 내가 더 해맑게 웃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첫날부터 스스럼없이 ‘선생님’이라며 나를 불러주었다. 심지어 ‘문제를 틀려서 알려줘야 할 땐 어떡하지?’ 라는 걱정은 아이들이 문제를 다 맞는 모습에 쏙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늘 없고 밝은 모습과 더불어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화끈하게 노는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시간이 다 되어 작별인사를 했을 때 가지 말라며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참 사랑스러웠다. 내 기억엔 어색해서 버둥거리던 모습들뿐인데 아이들 눈엔 도대체 어떻게 다가갔기에 이렇게 아쉬워해줄까 싶었고, 미안했다. 과거에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놀았던 것들을 지금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 신나하는 모습을 선생님이라는 입장이 되어 지켜보고, 함께 놀고 있다 보니 새삼 기분이 묘해져서 마음이 뜨끈해졌다.
선생님이라고 불린다는 건 참 어색했다. 언니나 누나라는 호칭보다 크게 다가왔고, 친근한 모습뿐 아니라 엄격하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면서 매번 나도 배움을 받는 일, 내가 가르치지만 가르침 속에서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매주 한번밖에 찾아가지 못하는 나를, 매주 기다리고 반겨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이 커서 매번 몸이 힘들어도 더 베풀어주고 싶고, 내가 선생님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어서 노력하게 된다. 길다면 긴 시간동안 나의 삶의 일부였던 꿈을 이제야 이루는 기분이라서 시큰해지곤 한다. 생각해보면 나의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나를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며 인정해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매주 결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내가 받는 것보다 더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선생님이겠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은 크게 자리 잡아서 30시간의 봉사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지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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